마음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야.
내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누군가의 활짝 열린 마음을 보는 게 좋아.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내 마음에 관심 없는 누군가의 마음에는 금방 흥미가 떨어져 버려.
그래서 솔직한 마음을 마구 보여주면서도, 그것에 취하지 않고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내 마음은 어떤지 궁금해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재미있고, 좋아.
*
며칠 전에는 가까운 동네로 이사 온 언니랑 공원에서 놀았어.
고개를 들면 둥근 잎, 뾰족한 잎, 큼직한 잎, 자잘한 잎이 고루 잘 보이는 그늘에 노란 돗자리를 깔고 네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어.
주제는 대체로 마음에 관한 것이었는데,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것들부터 많은 언어가 필요한 것들까지 종류가 다양했지.
언니는 밝힘으로써, 내가 자신에게 실망할 수도 있을 법하다고 판단한 마음까지를 모두 말해주었어. 그럼에도 내가 알고 있기를 바란다며.
그 이야기를 듣는데, 혼란스러웠을 언니가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두운 편에 앉은 사람처럼 마음이 편했어. 그리고 언니가 내 마음을 물었었나? 그건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새 나도 다리 밑에서 나와 환한 곳에서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어. 온 얼굴에 ‘궁금해!’라고 쓰여있는 언니를 보면서.
그 마음을 말하면서 언니는 두려웠을까? 어떻게 그럼에도 말하기를 선택할 수 있었을까. ‘내가 알고 있기를 바란다’는 말이 내게는 나와 진실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말로 다가왔어. 그러려면 솔직해져야 한다고 언니는 생각했던 걸까.
그 마음에 응하려면 나도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걸 그때 자각하진 못했지만, 나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솔직해지기를 시도했던 것 같아. 하지만 성공하진 못했어. 삼켜버린 말들이 있었거든. 다음에 언니를 만나면 그 마음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그리고 언니가 그날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
*
결, 너는 어때?
솔직한 마음을 내보이는 편인지, 누군가의 솔직한 마음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해.
*
겨우 며칠 비가 왔을 뿐인데, 밤마다 열대야가 온 것처럼 머리에 열이 올라서 제습기를 열심히 고르는 중이야.
작은 방에 필요한 게 참 많네, 하며 한숨을 쉬듯 작게 웃었어.
비를 좋아하지만, 점점 습도를 견디기 어려워져서 고민이야.
그럼 결, 우리는 다음 주에 다시 만나.
2023.05.28. 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