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한 주 동안 날씨가 오락가락했어, 네가 지내는 곳은 어땠니?
친구들에게 고향집에 왔다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곳에서 지낼 거라고 얘기했어. 친구들은 제일 더울 때 가장 더운 곳으로 갔다며 걱정 섞인 안부를 물었어. 수년 전, 뉴스에서 아스팔트에 날계란을 깨트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것이 반숙으로 익어가는 모습을 송출했던 게 떠올랐어. 안 그래도 더운 도시로 유명한 '대구'의 이미지가 한층 더 공고해지던 순간이었지.
나도 그런 것들을 보고 자라왔기에, 또 대구가 고향이라고 하면 다들 얼마나 덥냐고 물어왔기에 '대구는 덥다'라는 게 머리에 콕 박혔고, 대구에서 보낼 올여름이 조금 걱정되었어. 하지만 며칠을 보낸 지금, 대구에서 보낼 여름이 두렵기보단 기대돼.
내 방은 2층 주택 1층에 있고, 북쪽으로 창이 나 있어. 한낮 동안, 내리쬐는 볕에 방이 구워지지 않는다는 말이지. 방뿐 아니라, 1층의 다른 공간도 2층보다는 체감상 5도 정도 낮은 느낌이야. 꼭 나무 그늘 아래 있는 기분.
그리고 밀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대구 또한 소위 '핫플'에는 사람이 많지만, 공원과 거리, 도서관, 대중교통에서의 인구 밀도는 현저히 낮은 것 같아.
마지막으로 수박. 1인 가구에게는 여러모로 어려운 과일인 수박을 대구에 와서는 여한 없이 먹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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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색하면서도 낯익은 대구에서의 생활을 이리저리 실험하는 자세로 지내고 있어. 어느 도서관이 더 잘 맞는지(구내식당은 어디가 더 맛있는지), 저녁 산책은 어디로 가는 게 좋은지, 환기는 어떻게 시킬지, 운동은 어디서 할지 등등.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딴생각을 했어.
바다 생각.
분지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바다는 복잡한 존재였어. 바다가 좋았지만 쉽게 볼 수 없기에 그것을 마음껏 좋아하는 일이 두렵게 느껴졌어. 좋아하는데 못 보면 슬프잖아. 그래서 '가끔 봐서 좋은 거지' 하며 마음을 눌렀던 것 같아.
언젠가, 바다에서 나고 자란 친구에게 '바다, 매일 봐도 좋아?'라고 물었던 적이 있어. 친구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 생각하더니, 다시 눈을 맞추고 대답했어. '민경이, 바다는 좋아. 계속 봐도 계속 좋아'
오랫동안 바다를 담아왔을 그 눈을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잘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의 그 말을 듣고 바라는 미래가 하나 생겼던 것 같아. 바다 근처에 살아 보는 것.
아직은 막연하지만, 마흔 즈음에 동해 바다가 보이는 어느 아파트에서 오 년 정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그곳에 살며 정말 매일 봐도 매일 바다가 좋을지, 알고 싶어. 모래와 파도뿐인 해변의 계절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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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너에게도 살아보고 싶은 곳이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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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다 가까이 살기 전에 꼭 가지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물빛이 잘 담기는 카메라. 차근차근 알아볼 생각이야. 또는 우연히 만나길 기대하고 있어.
그럼 결, 네가 지내고 있는 곳의 여름이 너와 불화하지 않길 바라며 편지를 마무리할게.
다음 주에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