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결, 민경이야.
아주 오랜만에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아.
보통 너에게 부치기 하루이틀 전에는 편지를 완성하고, 또 여러 번 읽으며 윤문하는 과정을 거쳐. 그런데 지금은 오후 10시 12분, 너에게 편지를 보내기 채 8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바쁘거나, 게을렀던 것은 아니고.
무슨 말을 너에게 건네야 할까, 일주일 내내 고민되었던 것 같아.
*
연말에는 말을 멎게 만드는 일들이 많았지.
개인적인 일들도 있었지만, 항공기 사고가 내게 가장 크게 다가온 일이었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어렵지.
하지만 이와 같은 죽음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떠난 사람들에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비는 시간만큼,
유족 분들에 대해 생각하며 지냈던 것 같아.
부디 영면하시길,
부디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만큼 애도하실 수 있길 기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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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은 제야의 종이 서른한 번 울리는 걸 들으며 시작했어.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보냈어.
2025년을 맞이하기 전 연말에는 종강의 기쁨을 누리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어. 그리고 마지막 이틀은 조용히 혼자 앉아 2024년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지.
노션, 블로그, 인스타그램 비밀계정, 들고 다니는 수첩.
총 네 곳의 기록 장소에 흩어진 기록들을 하나씩 정리했는데, 그러면서 2024년을 네 번 다시 살아낸 기분이 되어, 아무 미련 없이 2024년을 보내줄 수 있었지. (웃음)
많은 생각과 감정이 사진과 문장들을 통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어.
회고 작업을 하며, 그 내용의 경중을 따지지는 않았었는데
지금, 회고 작업을 회고하며 가장 선명히 떠오르는 문장은 바로 이거야.
24.04.24.
매순간 나이기만 하면 된다.
2024년을 시작하며 2024년에 '가까워지는 한 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었어. 그리고 무엇에 가까워지고 싶은지 함께 정리했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나'였어.
매순간 내가 되어보려고 힘썼던 한 해를 보냈어.
그게 얼마나 간단하고도 어려운 일인지 절절하게 깨달으며.
무언가 나 이상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순간들에,
나이기만 해도 된다는 진실을 내게 조용히 알려주며
마음을 다잡던 순간들이 참 많았어.
때로는 그런 나 자신이
소외되고, 외롭고,
타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내가 잊을 때마다
나에게 알려주었어.
그런 순간들이 모여, 이제 나 제법 나와 가까워진 것 같아.
그게 참 좋고, 편안해.
*
2025년 계획은 아직 선명하지 않지만, 2025년에 붙여줄 이름은 정해두었어.
'나아가는 한 해'
2024년이 나와 화해하고,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면
2025년에는 그렇게 친해진 나를 데리고 멀리, 멀리 나아가고 싶어.
가능한 아주 멀리-
*
결, 너는 2025년에 어떤 이름을 붙여주고 싶니?
*
예년만큼, 아니.
살아본 어떤 겨울보다 포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겨울이야.
하지만 마음은 쉽지 않은 요즘이지.
다음 주부터 추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전에 마음을 어렵게 만드는 일들의 실마리가 조금은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야.
결, 올해도 내 편지를 읽어줘서 고마워.
새해 복 많이 받아,
안녕에 가까워지는 1월이길.